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몰도바 키시나우까지는 늦은 아침 일찍 출발하는 미니버스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몰도바까지 버스표는 187프리브냐(약 9천 원)였습니다. 한 4시간 정도 걸렸어요.문제는 미니버스로 몰도바 국경을 넘다가 우크라이나 버스에서 소매치기를 당한 사실을 뒤늦게 안 점이에요.
결국 무일푼으로 몰도바에 입국해 만약 루마니아의 친구 조니와 몰도바에서 만난다면 내 여행은 몰도바를 끝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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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시나우버스터미널에서 부킹닷컴으로 시내에 있는 콘도를 예약했다고 한다. 금품이 한푼도 없어서 함부로 걸었다고 한다. 1시간 넘게 걸어서 콘도에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방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 들린다고 한다. 어?이렇게크고편안한방이2만원밖에없니?그런데곧문제를발견했다고해. 온수 파이프에서 물이 새고 있었던 것. 영어를 못하는 주인 아주머니와 러시아어로 어렵게 의사소통을 하고 서둘러 수리를 끝냈다고 한다. 고맙게도 몰도바는 러시아어와 루마니아어가 공용어라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 언어로 유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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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을 통째로 소매치기 당하는 바람에 멘붕에 빠진 저에게 한 구세주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루마니아에서 10일 동안 신세를 졌던 조니가 키시나우에 온 것! (조니의 고향인 루마니아의 스페바에서 몰도바 키시나우까지는 제가 오디사에서 키시나우까지 가는 거리와 비슷했다) 땅볼, 키시나우는 오디사와 조니가 있는 루마니아 도시의 중간 지점이었습니다. 몰도바를 같이 여행하기로 한 약속이 아니었다면, 아마 저는 계속 멘붕이 되었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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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주 같은 조니가 나타나서 나에게 현금을 빌려주고 밥을 사줬어. 정말 날개가 없는 천사가 따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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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지갑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몰도바의 북부 도시를 구석구석 여행했을 것이다. 아쉽게도 몰도바의 수도인 키시나우만을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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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도바공화국(Republica Moldova) 몰도바와 루마니아는 원래 같은 나라였다. 민족과 역사, 언어가 모두 같지만 동유럽 발칸반도, 특히 트란스니스트리아 지방의 정치와 역사는 복잡하다. 간단히 몰도바의 역사를 소개하면 19세기 초 러시아 제국에 합병됐고, 20세기 초 루마니아에 합류했다. 이후 소비에트 연방에 합류했으나 나중에 소련이 붕괴했고, 지금의 몰도 곧 독립했다. (여전히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독립을 주장하고 있는) 지리적으로 루마니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역사 문화적으로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많다. 바로 이런 몰도바의 역사를 볼 때 러시아어와 루마니아어를 동시에 사용한다는 점을 보면 내겐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웠다. 그래서 몰도바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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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구성원이었던 역사 때문인지 러시아와 정말 닮은 점이 많다. 키시나우는 전반적으로 소련의 느낌이 가득하다. 키시나우의 첫인상은 마침 러시아 지방 소도시의 느낌이었다. 몰도바라는 나라의 규모 자체가 너무 작은 탓도 있겠지만, 수도라고 하기에는 뭔가 조용하고 조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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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북부를 여행할 때 쟈니의 아버지로부터 받은 점퍼와 모자. 그리고 옆에는 저를 먹여주고 재워준 쟈니까지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제가 여행중에 가장 신세를 진 친구는 단연 쟈니에요. Thank you, Gi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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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 말씀드린 대로 몰도바와 루마니아는 같은 역사를 공유하고 있어. 마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처럼. 현지어로 '슈테판 체르말레'로 불리는 슈테판 3세(슈테판 대공)는 루마니아와 몰도바의 영웅이다. 15세기 헝가리 폴란드 연합군과 함께 오스만 제국의 군대를 물리친 것으로 유명하다. 루마니아는 물론 몰도바에서도 화폐에 등장하는 가장 존경받는 역사인물이다.
<루마니아와 몰도바의 영웅 슈테판 체르말레의 자취를 따라 여행한 루마니아의 체바 여행기> 루마니아 북부 도시 체바의 체바성을 방문했을 때 슈테판 대공에 대해 들은 적이 있는데, 몰도바에서도 영웅으로 추앙받는 걸 보니 왜 루마니아와 몰도바가 같은 나라로 여기는지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양국은 국기 형태도 거의 같다고 한다. 요즘도 자주 양국 통합 얘기가 정치인들 사이에서 나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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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몰도바의 주말은 조용했어요. 관광객도 보이지 않고 현지인들 중 일부만이 거리를 활보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쟈니만 없었다면 좀 심심할 뻔 했어요.
키시나우는 수도라는 상징적인 의미와 몰도바가 가진 지정학적 의미가 아니면 굳이 여행할 만한 매력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아, 구소련으로의 시간여행을 즐기고 싶은 분께는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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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기회가 되어 다시 몰도바에 가게 된다면 꼭 몰도바 북부를 여행해 보고 싶어. Old Orhei나 Soroca Fortress 같은 지역을 여행해 보고 싶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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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는 루마니아어로, 나는 러시아어로 번갈아 길을 묻고 버스에 올랐다. 그야말로 최고의 여행 메이트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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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도바의 물가는 루마니아와 비슷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챙겨온 간식을 꺼내 먹고 마시며 키시나우에서의 지루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빌리지는 다른 도시에 비해 훨씬 넓은 느낌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가성비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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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송금 때문에 머니그램을 찾아 낭비한 시간(결국 주말이라 문을 연 은행도 없었다), 버스비가 없어 빈둥거리며 걷던 첫날을 제외하고 기시나를 제대로 본 건 조니와 함께 한 다음날이 전부였습니다. 대로변 쓰레기통, 마시는 차, 대중교통 트롤레이 부스까지 모두 러시아와 비슷해서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음날 묵은 모텔의 주인은 러시아인이었고 아저씨는 루마니아인이었다.
앞으로의 여비를 빌려주고 일용직량도 사준 천사같은 조니가 루마니아로 떠났어요. 쟈니의 마지막 모습을 영상으로 남겨봤는데요 w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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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메모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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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도 뒤뜰에서 바라본 버려진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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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인 러시아 아줌마가 차려준 늦은 저녁식사. 이게 어떤 스타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직접 요리해서 방으로 가져다 줘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늦은 새벽에 콘도를 나와서 걷기에 햇빛이 너무 좋았어요. 동시에 뭔가 허전하고 쓸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긴 여정으로 인한 피로감인지, 어디선가 떠나는데 익숙한 내 모습은 낯설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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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시나우에서 오디사까지 가는 버스 시간표입니다. 키시나우에서 오디사는 수시로 버스가 다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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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몰도바 여행을 마치고 다시 우크라이나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싫은 무선 여행이 시작됩니다.#몰도바여행 #몰도바 #키시나우 #키시나우여행 #배낭여행 #세계여행 #동유럽여행